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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음
    차, 음료 아카이브 2019. 11. 2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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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요리 분야에서 "파인다이닝"이랑 같은 수준이라고 하기엔 민망하고,

     

    그 근처도 못 가는게 현실이지만,

     

    적어도 커피라는 범주 내에서는 최상위 수준을 추구하려고 하는 스페셜티라는 범주가 그에 합당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셰프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인터뷰를 보다가 머리를 크게 맞은 것 같았음

     

    "나보다 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 온갖 비평과 흠집을 받아가며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꼈다"

    "내가 그들보다 요리에 대해 더 잘 아는데, 그들을 신경 쓸 필요가 있는가"

     

    자타가 인정할만한 실력 기반 위에, 자신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라는 자기 인식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인데...

     

     

     

    커피 분야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물론 미식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국내 스페셜티 씬에 몇 명이나 될까...

     

    얼마 전에 또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파인다이닝의 순익에 대해 들었음. 업장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10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8천원이 남는다고.

     

    그 요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 수급, 조리 과정, 요리사들과 셰프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이익임에도

     

    오늘도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셰프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점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이런거에 비하면, 일반 커머셜을 볶아서 파는 동네 로스터리 말고, "스페셜티"라고 부를 수 있는 업장에서

     

    현직 바리스타들이 들이는 노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구조, 그리고 바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고객의 경험까지

     

    이게 합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의문점이 들 수 밖에 없음

    (자릿세? 인건비? 원두의 상미기한? 그건 파인 다이닝이 더 큰 압박을 받지)

     

     

     

    대부분 내가 봐온 (국내 한정으로, 해외는 논외로 치더라도) 로스터리의 모습은 "로스팅 실패" 라던가, "가가멜과 스머프"라던가...

     

    정말 프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운영과 책임감이었음

     

    사실 잘 살펴보면 스페셜티를 하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들의 자부심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경우가 많다(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지만)

     

    이젠 거의 스페셜티 카페에 클리셰가 되버린, 팔뚝 문신, 비니, 루즈핏, 수염을 장착한 바리스타와 뻣뻣한 고개

     

    모두에게 열려있지 않다는 도도함과, 그에 미치지 못 하는 음료의 퀄리티

     

    무언가 처참하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역사가 깊은 요리 쪽은 지불한 돈에 대한 경험에 굉장히 엄격하다

     

    커피로보면 잔인하리만큼, 혹평을 듣는다

     

    단순히 사람 간의 취향 차이를 떠나서, 기본적인 서비스와 들어간 재료, 조리 등등 요리사들을 숨막힐만큼 조여오지만

     

    과연 커피는 그러한가

     

     

    다시 마르코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우리가 처음 취미로 스페셜티 커피를 먹기 시작했을 때, 커피 맛이 이상해서 로스터리에 문의를 하면

     

    통상 돌아왔던 질문들은 이미 고객들이 커피에 대해 서툴고,(추출 문제라던가 물이 문제라던가) 그렇기에

     

    본인들의 로스팅과 생두 보관의 문제는 있을수도 없으며~ 라는 식으로 말투는 친절하지만 고압적인 답변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사실일수도 있지만

     

     

     

    과연 각 스페셜티 로스터리와 카페들은 마르코가 당당히 얘기할 정도로, 누구에게 내놔도 흠결없는 커피를 내놓고 있는가

     

    그리고 수많은 고객들이 마냥 흠집만 잡는 비평가들처럼 부조리한 비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들일까

     

    굳이 "미식 분야" 라고 칭한다면 커피만큼 일반 소비자들한테 허들이 낮고, 흔히 얘기하는 "종사자"보다 많은 경험을 하기 쉬운 분야도 드물다고 생각함

     

    물론 소비자들도 어설프게 내가 커피를 잘 안다는 함정에 빠질 순 있지만 대다수 로스터리들은 생각부터 뒤집어 엎어야 하지 않을까

     

     

    커피 커뮤니티가 어느새부턴가 맛있는 경험을 주고 받는게 아니라,

     

    단순히 커피를 어느 정도 알고, 어떤 비싼 품종을 많이 먹어봤다는 사실에 치중되어 가고 있음

     

    커피를 좀 마신다고 하는 사람은, 가장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결과를 제공받아야할 "카페 바"에서 멀어지고 있고

     

    홈으로 귀환하고 있음

     

     

    대부분의 카페가 홈바리스타들을 다시 바 앞에 앉혀놓을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반증이기도 하고

     

    흔히 마주치는 바리스타들의 전문성이, 오히려 커피 커뮤니티의 일반 유저들이 의견 교류로 대적할 정도로 첨단을 달리지 못한다는 점도 한 몫 함.

     

    결국엔 소비자들도 "맛있는 경험"보다 어떤 특정 로스터리의 흠결을 얘기하고

     

    얼마 전에 논란이 되었던 모 로스터리처럼, 진정한 사과는 커녕 고압적인 태도로 소비자를 압박하고서

     

    정작 가장 중요한 "맛있는 커피에 대한 경험"은 이 바닥에서 점점 낮은 우선순위가 되어 가고 있는 것...

     

     

     

    부분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님

     

    하루에 많게는 수백 잔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하는 업장에서

     

    커피에 미친 유저가 집에서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 수준의 동등한 노력치를 들일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앞서 얘기한 셰프들은 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허영으로 치장된 문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것.

     

    그에 대한 책임감이 더 무거워져야 이 바닥의 소비자들도 더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음

     

     

    당장 커피 맛을 모르는 내 친구를 어느 카페에 데려가서 커피를 먹였을 때

     

    이 커피가 맛이 없다면, 단순히 스페셜티의 익숙하지 않은 친구의 입맛을 탓하기엔

     

    혼재하고 있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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